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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바 체험기 – 4

위기탈출

1만 5천 시작

3만 6천 종료

어제 하루를 충분히 잠으로 때웠다.

피로를 풀기엔 잠만 한 게 없다.

몸과 마음을 혹사했던 탓인지 허리가 계속 아프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는 법,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늘 재도전을 하러 길을 나섰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이대로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남아있는 돈은 1만5천.

본전에도 미치지 못한 액수다.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 믿음을 가졌다.

무용담 같지만 5천 원짜리 칩 한 개로 100만 원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50불로 8천 불을 만들던 시절도 있었다.

자신을 믿자.

총알이 넉넉하지 못하여 테이블에 앉지는 못했다.

미니멈 100페소짜리 메카닉 Live 테이블에 앉았다.

5천은 최후의 보루 비상금을 지갑에 넣어두고 1만을 투입했다.

이 1만을 다 잃으면 그만두리라.

그만둔다는 뜻은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앞으로 영원히 끊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큰 호흡을 가다듬으며 배팅을 시작했다.

사실 많이 떨렸다.

애석하게도 초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2판 지고 1판 이기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계속 연출되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7~8천에서 계속 맴도는 피 마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기회는 온다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어느덧 흐름이 바뀌고 기회가 왔다.

지난번에도 설명했듯 찬스라는 것은 나만이 생각하는 기회일 뿐이지 실제 확률에선 전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난 나를 믿는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총알이 문제였다.

아무리 흐름이 좋아도 총알이 없으면 자본금을 불릴 수 없다.

지금이 그랬다.

남아있는 7~8천을 마저 잃는다면 앞으로의 기회가 없기에 함부로 배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원금 1만을 애써 만든 후 5분여 동안 배팅을 멈추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단 한판의 승부를 걸기로 했다.

‘All In’이다.

만일 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련없이 뜨겠노라.

영원히 도박을 끊겠노라.

충분히 마음가짐을 다짐하고 다짐했다.

처음부터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까진 흐름이 좋다.

그리고 뱅커 찬스다.

큰 숨을 들이쉰 뒤 9,500페소를 ‘뱅커’에 걸었다.

그리고 나머지 500페소를 ‘Super 6’에 걸었다.

남아있는 크레딧은 0이다.

마음 같아선 500페소마저 뱅커에 몰아버리고 싶지만 큰 배팅 때 Super 6에 걸리는 일이 허다했기에 5%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드디어 딜러가 카드를 까기 시작한다.

정확한 숫자 조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애석하게도 7 Tie가 나왔다.

하늘이 노래졌다.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애꿎은 Super 6의 500페소만 날린 꼴이 되었다.

더 힘든 점은 다음 판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재 흐름이 뱅커 강세였으므로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면 난 다시는 도박은 안 할 것이라고 되뇌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은 편했다.

이번엔 뱅커에 9천 페소, Super 6에 500페소를 걸었다.

자, 마지막이다.

숫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로지 내가 이겼는가 졌는가에만 집중이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치자.

1만 미만을 맴돌던 상황에서 1만8천이 되고 나니 모든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다가 잠시 후 좋은 흐름은 또 멈추고 승보다 패가 더 잦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1만8천에서 살살 빠지더니 1만5천이 되었다.

오늘의 마지막 승부처 시간이 도래했다.

지갑 속에 5천이 있으니 여기서 멈추고 2만으로 다른 날을 기약할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도전하여 깨끗하게 불 싸지를 것인가.

짧고 굵게 살 것인지, 아니면 가늘어도 길게 살 것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

어차피 단도박은 각오한 일인 이상 겁날 것이 없었다.

내가 맞출 수 있을 것이냐가 중요한 것일 뿐.

결정을 내렸다.

500페소를 Super 6에 걸고 나머지 모두 1만4천5백 페소를 뱅커에 걸었다.

확실한 뱅커라고 믿었다.

잠시 후, 안도의 한숨이 머리를 스쳐 지났다.

다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다행스러웠다.

오늘은 나에게 선물을 해줘야겠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피곤함에 절은 내 퉁퉁 불은 다리도 마사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도 따랐지만, 스스로가 기특했다.

하지만 다시는 ‘All In’하고 싶지 않다.


5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