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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바 체험기 – 3

패배한 출정

3만1천 시작

1만5천 종료

어제 하루의 휴식으로 충분히 승부를 노려볼 만했다.

다만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오늘의 작업장은 어디로 선택할까였다.

익숙한 곳에서 작은 승부를 펼치느냐 새로운 곳에서 모험을 걸어보느냐였다.

1시간 15분의 버스 안에서도 그 결과를 내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리고 택시를 타기 직전에야 겨우 행선지를 정할 수 있었다.

” Resort World Please. “

” Oh, Resort World! 5 Hundred! “

기사가 500페소를 달라고 요구한다.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내려서 다른 택시를 탔다.

팁까지 챙겨주고도 150페소면 가는 거리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등쳐먹는 경우가 왕왕 있다.

몇 년 만의 나들이인 데다가 호기심 발동으로 리조트 월드라는 곳을 처음 가봤다.

환경이 적응되지 않은 곳에서의 섣부른 승부는 대단히 위험한 것을 알기에 간단히 위치만 파악하고 곧 이동하려 했으나 결정적인 것은 교통난이 발목을 잡았다.

내키진 않았지만 이동하기 힘든 길 막힘에 그만 여기서 위험한 도전을 하게 되었다.

결론은 대실패였다.

한적한 자리를 찾아 호흡을 가다듬고 시작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불리함이 있었으니 모든 테이블이 미니멈 1천 페소 이상이었다.

총 자본금은 3만1천인데 미니멈이 1천이면 굉장히 위험하다.

처음부터 운이 따라주면 다행이지만 초반 운영이 어려우면 바닥을 볼 수밖에 없다.

첫 배팅은 운에 맡겨야 한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칩 하나를 올렸다.

졌다.

두 번째도 졌다.

그리고 세 번째도 졌다.

충분히 늘 있는 일이기에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어느 정도 진행하다 보면 분명히 복구를 만회할 기회가 온다.

도박판에서 찬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

그런데 그 알량한 ‘찬스’라는 것이 깨지고 나면 후유증은 상당하다.

이번 라운드가 그랬다.

복구가 힘들지도 모른다.

때마침 다른 플레이어가 참석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일명 ‘분탕 종자’였다.

이쯤 되면 접어야 한다.

손에는 1만4천이 남아있었다.

손실이 크지만 일어섰다.

향후 대책을 잠시 고민하고 곧바로 말라떼 하얏트(현 뉴월드)로 향했다.

어느 곳이던 굴러먹던 동네가 편하다.

식사와 휴식 그리고 기분전환까지 모든 동선이 익혀져야 상황대처가 유리하다.

그러나 이미 카운터 펀치를 맞고 난 이후의 일이라서 그런지 감정회복이 어려웠다.

정말 모래를 씹는 느낌이었다.

이 상태로는 테이블에 앉는 것은 무리다.

남아있는 최후의 총알마저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오늘을 접고 다른 날을 기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난 집이 멀어 이동에 제약이 있다.

고속도로를 약 75Km 달려야만 한다.

마닐라 안에서야 택시가 있지만 주 이동 수단은 오직 버스뿐이다.

버스로 대략 1시간 20분 거리다.

어느 정도의 결과가 있어야만 다른 날을 기약할 수 있는데…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한 번 더 도전할 것인지 갈등에 휩싸였다.

근처 로빈슨 쇼핑몰에서 약간 늦은 점심을 하고 하얏트로 갔다.

어지러운 굉음들이 머리를 괴롭혔다.

아, 오늘은 이러면 안 되는데!

테이블 의자는 쳐다도 안 보고 바로 바카라 기계 테이블을 찾았다.

기계는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지만, 예외는 있다.

계산만 기계가 하고 딜러가 직접 카드를 까는 Live 형식의 게임이다.

단점도 있으나 장점이 아주 많다.

무엇보다 신뢰성이 아주 높다.

결정적인 것은 미니멈이 낮다.

그리고 주위에 방해하는 요건이 훨씬 적다.

미니멈 100페소에 맥시멈 3만 페소의 시스템.

300배의 차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3만 이상만 가지고 있다면 소액승부는 충분히 볼 수 있다.

진작 처음부터 이곳을 왔어야만 했다.

주머니엔 1만4천뿐이다.

이것마저 없어지면 앞으론 도박을 영영 끊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최악이다.

마음이 심란하니 집중하기 무척 어려웠다.

더구나 ‘그림’이라는 것이 썩 좋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5천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갔다.

겨우 1천을 만회하고서야 자리를 떴다.

이렇게 패할 경우엔 앞으로 며칠간은 작업장에 오지 말아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푹 쉬는 것이 좋다.

그게 철칙 중의 하나다.

모든 것이 불만족이다. 괴롭다.


4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