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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바 체험기 – 2

오늘도 무사히

2만 3천 시작

2만 8천 종료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말이 좋아 절반이지 사실 고통투성이이다.

몸도 괴롭고 마음도 괴롭고 게다가 결과마저 좋질 않았다면 더 힘든 인생길을 걸어야만 한다.

어제는 나에게 ‘시작’이라는 출발 신호를 알렸다.

도무지 제자리에 있을 수만은 없어 어쩔 수 없이 움직인 상태이지만 정신적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오늘은 조금 나아지겠지.

막연한 기대감으로 위안으로 삼아본다.

워낙 조심스러웠던 탓에 많이 따지도 많이 잃지도 않았다.

당분간은 이래야 한다.

욕심부리는 순간 한순간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3일째

2만8천 시작

3만1천 종료

불안한 느낌의 3일째 승부는 매우 힘들었다.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하였고 목표로 삼았던 배팅 방법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결과가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은 건너뛸까 많이 고심했었다.

더군다나 화창한 일요일을 에너지 충전이 아닌 시커먼 굴속에서 보내야 했던 점은 못마땅했다.

그리고 그제 어제 기력을 많이 소모한 탓도 있었고 또, 3일 째에는 무너지는 징크스가 있던 탓에 굳이 작업장으로 향하고 싶지는 않았다.

1일 차 : 1만8천으로 시작해서 2만3천으로 종료.

2일 차 : 2만3천으로 시작해서 2만8천으로 종료.

3일 차 : 2만8천으로 시작해서 3만1천으로 종료.

겉보기엔 아직 성공적인 순항이지만 내용은 불만족스럽다.

2만8천 시작이었지만 하한선(2만)을 지키지 못하고 감정이 고조되는 사이에 1만5천까지 떨어졌다.

완벽한 실패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줄곧 흥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배팅이 커져 버렸다.

이래서는 머잖아 다시 원점 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래도 더 많이 도전해야 하는 지금, 문제점이 일찍 드러나는 바람에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안정권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동생에게 1만 7천짜리 노트북을 사주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맛있는 것 먹으러 가는 것도 사치다.

조금만 더 참자.

휴식

이른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출정은 본의 아니게 내일로 연기했다.

우산도 없고 비가 오면 귀찮아지고 게으르기 때문이다.

태풍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원래는 어제 쉬려고 했으나 기어코 다녀왔기에 오늘 하루는 푹 쉬어도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 조바심이 난다.

하루가 급하고 한시가 바쁜 마음.

그러나 서두르지 말자.

일정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아직은 몸풀기 상태임을 잊지 말자.

현재 목표로 잡는 본궤도는 10만부터다.

오래전 세상 무서울 줄 모르는 때, 가진 것은 1만밖에 없어도 10만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거칠 것이 없기 때문에 매우 공격적이었고 그 효과는 아주 빨리 맛을 볼 수 있었다.

더 큰 욕심으로 인해 번번이 좋은 기회를 날려 먹기 전까지는 도박과 젊음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그 두려움 덕에 1만 더 올리기가 무척 빠듯하다.

결과가 보여주듯 지금의 나는 3일에 걸쳐서야 겨우 1만 올리는데 도달했다.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목표까지 인내해야 하는 과정이 몸서리칠 만큼 괴롭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할 때다.


3화에 계속